도서에서 분석하고 비판하고 있는 내용을 다룬 국가는 "미국"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보아도 별 차이가 없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본 도서에서 책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주제는 "쉽게 따는 과일" 입니다. 저자는 이런 쉽게 따는 과일을 통해 개인과 정부, 기업이 크게 성공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이 크게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에서도 쉽게 따는 과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 출판사의 <경제학자의 인문학서재>에서 언급되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에서 보이다 싶이 저임금의 문제와 1960-70년대의 낮은 비용의 토지, 낮은 학력은 정부가 쉽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와 같은 이유로 한국사회에서도 1970-80년대 정치적인 것과는 별개로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으며, 많은 사람들의 고학력화가 진행되었습니다. 도서에서 언급하는 것과 같이 이런 쉽게 따는 과일로 한국정부도 급속적으로 성장했지요.
동 출판사의 <탱고경영>에서 마켓의 버전별 진화를 나타내었다면 타일러 코웬도 경제를 과거의 경제와 신경제로 나누어 현재의 상황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측면에서 철저하게 살펴봐야 하는건 객관적 측정이 불가능한 정부 지출, 의료서비스, 교육에 대해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부 지출 : 복지 비용 및 4대강 공사와 도로 통행료 등..
의료 서비스 : 포괄수가제 논란
교육 : 공교육과 자율형 사립고, 대학 통폐합
정부 지출은 아마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정확한 추정이 되지 않는 지출로 불립니다. 정부가 지출하는 비용은 초기 투자에선 인프라를 구축하고 하는 것은 그 효용성이 크지만, 이미 건설된지 오래된 제1 경인고속도로의 통행료 징수처럼 투자 비용을 모두 회수한 도로에 대해서 최소한의 비용을 투입하면서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는 것처럼요.
4개당 공사도 치수와 수질 개선이 목적이라곤 하지만 실상의 공사 결과는 이와는 정반대의 결과로 가고 있기도 합니다.
복지에 대한 지출도 그 효용성을 판단하기가 가장 까다롭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지인 분중에 의사 직업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그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의사들이 요즘 정부에서 시행하려고 하는 포괄수가제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왜 의사들이 정부의 포괄수가제 정책을 강력히 막고 있는 것일까요?
포괄수가제는 환자에게 의사가 일정 이상의 비용을 받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는 환자에게 의료서비스에 돈을 많이 투자해도 그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탁상 공론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환자에게 마냥 좋아보이기만 한 포괄수가제는 역으로 함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꼭 써야 할 약이나 도구를 쓰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환자에게 큰 피해를 가져오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을 함으로서 받는 비용처럼 의사들도 땅파서 진료하는 것이 아니니만큼 작은 수익이라도 남기려면 그만큼 저렴한 비용과 도구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의료질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에선 아이들의 성장에 좋다며 조기 영어 교육에 열을 올립니다. 독자도 90년대 중반에 중학교를 다니기 이전에 한달 가량 영어 학원에서 수강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한다고 해서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급속도로 성장할까요? 마찬가지로 국영수로 불리우는 사교육 3종 세트는 지난 이십여년동안 학부모들의 애를 태우고, 아이들의 심장을 멍들게 했습니다.
공교육에서도 이런 사교육에 길들여진 탓인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전제로 한 교육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교육을 한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까지 안정적으로 다니고 졸업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범법 행위로 죄를 지어 학교를 자퇴하거나 퇴학 당하기도 하며,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학업을 중단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펼쳐놓고 보면 정부 지출과 의료서비스, 교육은 비용을 지출한 만큼의 효과를 볼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런 신경제 사회에서 우리는 인터넷이란 달콤한 열매를 받아들였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내고자 하는 것이죠. 독자도 IT 업종에 근무하고 있지만 이러한 IT 일이 기업의 고용을 촉진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며 지나치게 수익성을 배제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표방하는 녹색 정부. IT를 이용해서 종이 사용량을 줄인다거나 하는 등의 정책을 장려하고 있지만 실제 IT 정책은 표류하고 있는 것을 보셔도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타일러 코웬은 이보다 좀 더 나아가 인터넷이 경기 침체에 대해 잠시동안 시간을 지연해주는 마취약으로 봅니다. 어쩌면 이미 고성장은 끝났고 저성장이 시작된지 한참 되었음에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인터넷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죠.
쉽게 따는 과일에 대해선 앞서 잠시 언급했었습니다. 이런 쉽게 따는 과일을 가장 먼저 차지한 이는 다름 아닌 민간 기업이고, 이어서 정부였습니다.
정부는 이런 쉽게 따는 과일을 먹고 진보주의자는 복지에 대한 비용을 늘리자고 하고 보수주의자는 줄어든 비용만큼 감세를 하자고 주장합니다.
어느쪽이든 복지는 그 비용이 확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늘어나는 인구만큼 비용이 확대되지 않으면 그만큼 논란이 발생될 소지가 있음은 자명합니다. 무엇보다 GDP에서 차지하는 정부 지출이 최소 20%에 이르는것을 감안한다면 복지 비용을 전담해서 지출하는 정부 입장에선 복지 비용을 줄이고 싶어하기도 하며 복지에 대한 경제 효과의 계산이 어려운 것도 하나의 문제에 속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늘어난 정부 지출을 감소화하고 개인의 GDP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 감세하자는 주장은 그 나름대로의 문제가 존재합니다.
세율을 낮추면 세입이 늘어난다고 주장한 미 상원의장 출신의 미치 맥코넬의 이야기와 달리 세율 감소가 오히려 세수 감소로 정부 비용 확보에 실패한 사례가 그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여전히 이런 문제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쉽게 따는 과일을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던 주요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타일러 코웬은 운송, 산업생산, 전자통신, 과학적 관리의 총 4가지 기술적 흐름을 뽑아내어 이야기합니다.
미국처럼 거대한 땅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 때마침 나타난 철도의 도움을 받았으며 대량의 물건을 값싸게 생산할 수 있었던 산업생산 시설은 너무나 쉽게 큰 세금과 규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자통신의 발전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바로 지척에 있는 것처럼 서로를 묶어주었습니다. 이런 전자통신 매체를 가장 잘 활용한 미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인데, 한국에서는 누구를 뽑을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론 이승만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6.25 사변 당시 전자매체를 말도 안되게 쓰고 말았지요(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 라는 말로 말입니다).
독일 전체주의 국가로 이끌었던 독재자인 히틀러가 수많은 유대인을 가스시설에 넣어 사상시킨일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잔인하고 끔찍한 일입니다.
그가 아무리 유대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정부의 서류 관리가 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타일러 코웬은 바로 이런점에서 19세기 이전엔 어떤 큰 정부도 개인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이런 과학적 관리가 도입된 편이지만 잦은 외세의 침략으로 대부분의 문서가 불타거나 해외로 강제 반출되는 수모를 입기는 했지만 중간중간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국의 정부에선 문서 관리가 잘되는 편에 속하기는 했습니다.
타일러 코웬이 고백하듯이 현재의 IT기술로 과학적 관리가 훨씬 더 조직적으로 쉬워졌습니다.
본 도서를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인 저성장 시대는 현재의 금융위기를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적절한 단어가 아닐까 싶은데요. 동 출판사의 <눈먼 자들의 경제>와 <화이트칼라의 범죄자들>에서 언급되듯 경제 위기의 시작은 아직도 경제가 고성장으로 알고있는 은행가들과 이를 미끼로 사람들을 교묘히 속인 금융 범죄자들에 대해서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방금 언급한것처럼 이미 쉽게 따는 과일은 모두 따버렸고 우리가 살고 있는 경제시대는 저성장 시대를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G를 파괴한 조셉 카사노, 세상을 파괴한 남자. 마크 드레이어, 잘나가던 금융 중개사에서 피라미드 사기자로 전락한 버나드 메이도프까지 모두 아직도 경제가 고성장이었다고 믿으며 사람들을 교묘히 속였습니다.
이런 금융 범죄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끊거나 거리로 내몰리게 된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금융 범죄가 발생할 수 있도록 단초를 제공했던 서브프라임 대출, 금융 파생상품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타일러 코웬은 여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이 실제보다 부유하다고 생각한다"
독자도 사실 개인 명의로 된 집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을 소유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집에 대한 가치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대출이 한국에서와 같이 주택에 대한 가치 상승으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 기대와 달리 미 정부가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정부가 무자본을 가진 사람들에게 100% 대출을 해주면서까지 서브프라임 대출을 해준데에도 그 문제가 있습니다.
동 출판사 <눈먼 자들의 경제>에서 언급되듯 AIG가 파산한 것에 대해서는 자회사 AIGFP의 서브프라임 대출에 대한 지급 보증건도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는 비단 이런 연유에서만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반복되는 위기를 겪어낸 사람들이 항상 겪는 무사 안일 주의도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투자은행들이 지나치게 차입 비율을 높인 것도 하나의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례와 관련해선 한국에서의 저축은행들이 하나둘씩 문 닫게 된 것을 보셔도 좋은 사례가 되겠습니다.
타일러 코웬은 마지막으로 쉽게 따는 과일을 모두 향유한 지금 거대한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과학자의 우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는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 우호적인 추세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인도와 중국의 과학과 공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두번째는 수익성을 내기 힘든 인터넷이 수익성을 내게 될것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도서로 동 출판사의 <클라우드 혁명>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진단해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상호간에 소통이 원활해지는 '인식의 잉여' 현상을 통해 스스로 배우게 되는 일이 늘어날 것입니다. 세번째는 미국의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인데 전반적으로 교육제도의 질과 결과 책임체제를 개선할 계획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구체적인 조치를 미국 유권자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적어고 한국에서는 공교육의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가 많지 않은게 문제이지만요. 그나마 현, 서울 교육감과 경기 교육감의 당선 및 연임 사례는 무척 고무적인 일이기는 합니다.
타일러 코웬은 본 도서를 통해 다시한번 쉽게 따는 과일을 찾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10여년 이상 장기 침체기를 겪으면서도 조금씩 발전해왔던 일본의 사례를 제시하며 과학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합니다.
어쩌면 거대한 침체는 시작된지 오래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조금씩이라도 앞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본 도서를 덮고 리뷰를 쓰고 나서야 마지막 장에 대한 생뚱맞은 의아스러움이 걷혔습니다. 타일러 코웬이 하고 싶은 말은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현 시대를 파악하기 위한 이정표로 본 도서가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풍부한 식견을 가지고 시대를 짚어내는 저자에게 감탄하고, 이를 훌륭하게 번역해준 역자에게도 감사 말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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