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27

'금융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다'

'금융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다'

현대인들은 태어나면서 죽을때까지 항상 돈과 함께 한다. 다들 돈에 대해서 알면서도 결국은 외면하곤 한다. 그저 남들 만큼 살려고 아둥바둥 한다.  <눈먼 자들의 경제
>는 미국의 경제위기의 시작이 엿보였던 2000년대 초반부터 2009년까지 발생했던 갖가지 경제 사건들을 파헤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란 참 어리석은 존재구나'라는 생각을 많다. 한 인간의 작은 욕망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을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  '금융'을 통해서 생생히 비쳐지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을 벌고 싶어한다. 그것도 아주 잘.. 아주 많이 말이다.

아주 오래전에 사람들은 서로 필요한 물건을 가지기 위해 물물교환에 나섰으나 결국 타부족을 침략해 그 부족의 자원과 사람들을 잡아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사람들은 이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음을 알고 물건의 가치를 매길 수 있는 다른 물건으로의 대체를 시작했다(이 이야기에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한빛비즈의 <경제학자의 인문학서재>의 금은복본위제 쪽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한동안 이렇게 금과 은의 가치를 기준으로 물건의 가치를 매겼는데 레이건 행정부 시절 결국 이것을 폐지해버림과 함께 지폐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폐는 그 특징상 유형 뿐만 아니라 무형으로도 다루어진다. 만약 금은복본위제 였다면 현재와 같이 많은 금융 상품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흔히 세계 금융의 중심지는 미국이라는 국가로 일컬어지곤 했다. 최근엔 금융에서 절대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미국이 서서히 그 자리를 다른 나라에게 내주고 있는 처지이긴 하지만 아직 미국은 세계 금융의 중심국가로 불리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금융의 중심지는 미국이란 나라에서도 중심지는 뉴욕시의 월가인데, 본 도서에서도 월가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곁가지로 여러 이야기를 진행한다. 우선 월가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1. 월 스트리트
한국에서 2008년쯤 산업은행에서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지도 않고 덜컥 인수하려고 했다라는 비판에 시달린적이 있었다. 결국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했지만 '리먼 브라더스' 인수를 이끌었던 한국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강만수' 장관은 그 책임을 용하게 피했다.

그런데 그 바로 월가에서 망가진 또 다른 투자 은행이 있었다. 바로 '베어스턴스' 투자은행이었다. '베어스턴스'? 처음 들어보는 은행이었기에 무척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베어스턴스는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는 거짓 뉴스가 발표된 이후 단, 1주일만에 파산했는데 그 과정이 어찌나 생생하게 그려지던지 마치 본 독자가 베어스턴스의 CEO였던것처럼 느껴졌었다. 왜 그리 허망하게 은행이 망가졌는지 지금도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베어스턴스의 파산엔 흔히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작전 세력이 있었을거라고 말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데에는 베어스턴스 파산 이후 베어스턴스 파산을 축하하는 파티가 어디선가 열렸고 다음엔 '리먼 브라더스'를 망가뜨리자라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주식 시장의 요동과 거짓된 정보들로 인해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많은 상류층 사람들은 돈을 잃었고 같은 시기 상류층 사람들은 돈을 적게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간이 눈먼 '돈'을 위해서 뭔들 못할까? 기어이 '파생상품'과 갖가지 '수학적 모델'을 들고 나와 또 다시 사람들을 유혹했다.

'파생상품'을 다루는 펀드인 '헤지펀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이 이야기는 포트리스라고 하는 헤지펀드 기업을 주제로 어떻게 포트리스가 탄생했고 유지되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한다.

잠시 언급했지만 눈먼 '돈'을 차지하려고 월가는 여러가지 비용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그 돈으로 막대한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은 '저축은행' 뒷 얘기로도 가십거리 1등을 달리고 있다. 서민들은 죽어가는데 월가는 서민들의 돈으로 막대한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천인공노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본 독자도 여기에서 확 열이 받아가지곤 밤잠을 설칠 뻔 했다.

2008 년 전세계 최대의 보험사 중 하나였던 AIG가 파산했다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결국 AIG는 보험 부문을 따로 매각해서 AIA라는 이름으로 재출발했지만 왜 AIG가 파산했을까는 솔직히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런데 AIG에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AIG 가 망가진 주 이유 중 하나는 AIGFP가 판매한 서브 모기지 프라임에 대한 보험 판매가 가장 큰 이유였는데, AIGFP는 사실 여기까지 오지 않았어도 여전히 잘 나가는 기업이 될 수 있었는데, 당시 AIGFP의 CEO였던 조셉 카사노는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며 모기업인 AIG를 철저하게 파괴시켰다. 사실 AIGFP는 드렉셀번햄의 하워드 소신에 의해 만들어진 기업이다. 당시 하워드 소신은 혁신적인 신용스왑 상품을 판매할 회사를 찾다가 우연히 트리플 A기업인 AIG에 그 둥지를 틀었던 것이다. 결국 전세계 최대의 보험사였던 AIG는 AIGFP의 여파로 중앙정부의 금융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그저 세상을 파괴한 남자와 기업으로 남게된 조셉 카사노와 AIGFP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지 않나 싶다.

2. 워싱턴 DC

부시 행정부 시절 마지막 재무장관이었던 전 골드만삭스 CEO인 헨리 폴슨이 다뤘던 정책과 금융위기를 부른 여러 실수에 대해 다룬다. 여기에서 정말 어이가 없었던건 어떻게 중앙 정부의 돈을 은행에 지원하면서 사용 내역 하나를 요구하지 않았을까 했던 것이다.

물론 9부에서 이야기 하는것처럼 젊은 시절 행정부 경험을 했던 '헨리 폴슨'이 다시 재무장관으로 돌아와서 겪었던 많은 이야기는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는지 다소의 이해를 할 수 있게 되기도 했지만 자유 분방했던 CEO가 재무장관으로 일하면서 '금융 시장이 변하는 만큼 규제도 따라가야 한다'라고 이야기 한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금융 시장 자율화를 외치는 일부 XXX인 사람들에게도 어느정도 각성이 되지 않을까 싶다.

3. 혼란에 빠진 세상

생선으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나라. 여성도 교육수준이 높은 나라인 '아이슬란드'. 그런데 이 나라가 부도사태를 발생시켰다? 사실 나라가 부도 사태를 내는건 흔치 않은 일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크게 다루는건 이미 '아이슬란드'라는 국가는 없고 '폰지'가 난무하는 '기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는 미국 월가에 근무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본문에서 다루는 이야기를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아이슬란드는 국가 경제가 '水업'에 유리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아이슬란드가 나라 전체가 '폰지'로 뒤덮일 만큼 된 이유는 '환차익'을 통한 성장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시인이 중앙은행 총재. 수의사가 재무장관이면 말 다하지 않았을까?

한편 전세계의 브레인만 모인다는 하버드도 경제 위기로 인해 수많은 예산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무엇이 하버드의 혁띠를 졸라매게 했을까? 사실 여기엔 하버드 매니지먼트의 무지함이 하버드를 재정위기로 몰고간데에 더 큰 책임이 있지만 하버드 자체적으로도 무리한 예산 집행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크기가 도시 하나를 넘어선다면 상상이 되는가? 그만큼 하버드는 물리적으로 많은 돈을 흥청망청 사용했고 결국 재정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한편 텍사스 출신의 사업가인 앨런 스탠퍼드는 미국에서 사업을 말아먹고 캐러비안의 한 조세피난처 국가에 은행을 세워 많은 이들을 등쳤먹었다. 그는 현재 감옥에 수감되어 있으나 앨런 스탠퍼드는 잡히기 이전까지도 자신의 법률 대리인과 회계 감사 회사를 방패삼아 자신의 은행과 명예를 더럽히는 많은 사람들을 고소하곤 했다. 언제나 이런 이야긴 권선징악이듯 앨런 스탠퍼드도 자신의 악행에 점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기에 오기까지 미국 금융 당국은 앨런 스탠퍼드에 대해 아무것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캐나다의 변호사로 위장했던 미국 변호사인 '마크 드레이어'. 그의 이야기는 집, 자동차, 회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사람이었다. 사람이 욕망에 사로잡히면 이렇게 된다고 해야 할까? 그가 이런 길을 걷게 된데에는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감이 가장 컸겠지만 한 순간의 유혹이 사람을 망칠 수 있구나라고 다시 한번 각성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일련의 이야기는 월가의 탐욕스러움에서 비롯된 것이고, 월가의 탐욕스러움은 세계 경제에 암흑 구름을 가져온 것은 확실한 일이다.

4. 메이도프 연대기

' 찰스 폰지' 이후로 이렇게 거대하고 큰 사기를 친 인물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보는데, 바로 '버나드 메이도프' 이야기다. 그는 유대인 출신으로 미국 '퀸즈'에서 출생한 주식 중개인 출신의 금융가였다. 미국 호프만대학교와 앨라배마 대학교를 나온 메이도프는 미국 금융 지수인 'NASDAQ'의 탄생에도 관여했을만큼 성공한 금융가였는데, 그가 1990년대부터 사기 행각이 밝혀진 2008년쯤까지 투자자들의 돈을 금융 시장에서 거래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데에 대해선 정말 까무러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비서였던 '엘리노어 스퀴야리'는 본 도서의 '안녕하세요. 메이도프 증권입니다!'를 통해 그녀의 시각으로 메이도프 이야기를 다룬다. 사실 이 장을 읽어보기 전에는 메이도프 이야기가 한 편의 소설처럼 다루어질 정도로 깊이있게 다뤄져야 싶었는데 읽고보니 '이럴수가' 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메이도프 이야기는 깊게 다뤄질 수 밖에 없었다고 느꼈다.

한편 메이도프가 검찰에 잡히기 전 그의 아들(마크와 앤드류)은 아버지가 고백한 금융 사기 이야기를 듣고 서둘러 검찰에 아버지를 고발했는데, 검찰의 조사결과 그의 아들들은 버나드 메이도프의 사기 행각에 동참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결국 마크 메이도프는 2010년 12월 자신의 저택에서 목숨을 끊었는데, 이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주변인들의 압박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버나드 메이도프가 자신의 사기 행각을 아들들에게 알릴 때 어떤 생각으로 자신의 사기 행각을 전했을까.. 조금 생각하면 버나드 메이도프도 결국은 아들을 아버지이지 않았나 싶다..

한편, 버나드 메이도프의 아내인 루스 메이도프. 루스 메이도프는 성공한 회계사였던 사울 알펀의 장녀로 태어나 중학교 시절 버나드 메이도프와 사귀기 시작해서 대학시절 결혼했다. 그런데 버나드 메이도프의 사기와 관련해서 부인이었던 '루스 메이도프'는 버나드와 함께 공범이었을까? 이는 검찰조사 결과 동업자이었지언정 공범은 아니었다라는 판결을 받았다.

동업자이기는 한데 공범은 아니다? 좀 해괴한 논리인데, 이는 그녀 뿐만 아니라 버나드의 동생이었던 피터 메이도프와 피터 메이도프의 딸이었던 샤나도 메이도프 역시 같은 논리로 볼 수 있겠지만 유독 루스 메이도프에게 이런 판결이 내려진데에는 버나드가 루스와는 재정상황을 서로가 잘 알고 있었던 반면 남편의 금융 사기에 적극적으로 함께 행동하지 않았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

물론 메이도프 증권의 준법 감시인이었던 피터 메이도프와 샤나도 메이도프는 여기에서 예외이다.

메이도프는 파산당시 총 650억 달러의 손실을 일으킨것으로 알려졌으나 파산관리인에 의해 재검사 후에 185억 달러로 재환산되었다는 보고는 있다. 하지만 '버나드 메이도프'가 유대인이고 그가 사람과의 신뢰를 이용해 사기를 저지른 것은 충분히 그 댓가를 치뤄야 한다. 결국 버나드는 15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고 있기는 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처음 가졌던.. 이 책 2권 분할이면 안되나? 싶은 생각은 아주 말끔히 사라졌다. 정말 좋은 책을 봤다라는 감동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눈 먼 자들의 경제>는 경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길러주는 좋은 길라잡이였다. 또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간이 가진 탐욕스러움을 자각하게 하고 탐욕스런 자들은 책을 읽으며  스스로 낮 뜨거워지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될 만큼 사실적이고 신랄하다.


이 책을 읽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은 감세 정책을 외치는 정치가들과 아직도 금융 보너스를 꿈꾸는 금융인들(보험 설계사, 은행가, 주식거래인 등)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솔직히 분량 때문에 쉽게 읽고자 마음먹기는 어렵겠지만 금융의 역사가 인간의 탐욕스런 역사임을 확인하고 싶다면 반드시 추천하는 첫 번째 서적이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난 다음에 혹시라도 이런 생각을 가질지 모른다.

- 정부, 믿지 말자
- 금융인들은 다 탐욕스러워!

하지만 꼭 그렇진 않다. 한국에도 예금자보호법이라고 해서 1인당 5천만원까진 보존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있기도 하고, 요즘들어서 한 두번씩 가당치도 않은 짓을 해서 그렇지 정부를 적으로 둘 필요는 없다.

<눈 먼 자들의 경제>에서도 잠시 나오는 이야기지만 모든 금융인들이 다 탐욕스럽진 않다. 종종 존경할만한 금융인도 있으니 너무 매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눈 먼 자들의 경제>는 미국의 시각을 빌려서 한국에 투영해보면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건과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미국 5대 투자은행이던 베어스턴스가 1주일만에 파산한 것을 보면 한국에서도 재무상태가 탄탄하다고 여겨지던 금융기관들도 이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으니 말이다.

세상을 올바르게, 그리고 잘못된 일에 미혹되거나 눈이 멀어 살아가지 않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단 한가지는 바로 이것이라 생각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이 사실 하나만 잊지 않는다면 탐욕에 눈먼 자들이 만들어낸 금융위기와 같은 비극과 또 그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는 눈먼 자들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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