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27

이번엔 다르다! 하지만 다르지 않다. 금융과 신뢰를 무너뜨리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중에 아마도 인간만큼 탐욕스런 존재는 없을 것 같다. 동 출판사의 <눈먼 자들의 경제>에서 언급된 것처럼 금융을 이루는 근간인 돈과 신뢰를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이 만연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금융은 특성상 모든 것이 사람과의 신뢰 관계를 이용해 그 기반위에서 돈이 움직이는 형태이다. 본 도서의 1장에선 금융사기꾼에 대해 이야기 한다.

흔히 금융 사기꾼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번엔 다르다!

근데 정말 다를까? 적어도 사람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돈이 움직이는 금융세상에선 이번엔 다른 것이 있을 수가 없다. 일확천금이란건 애시당초부터 어림반푼 어치도 없다. 금융사기꾼들은 사람들의 일확천금 심리를 고유하게 공략한다.

본 도서에서는 주로 금융범죄에 대해 다룬다. 금융범죄를 저질러 놓고 뻔뻔하게 잘 사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저지른 금융범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거나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정말 사기꾼들이 인간이 맞나 싶기도 하다.

존 블런트 [ 사우스시 주가 조작 사건 ]
18세기 영국에서 자국의 부채를 민간으로 이양하기 위해서 세운 "사우스시". 많은 국민들이 사우스시의 주식을 매매하기 시작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영국 당국으로선 막대한 부채의 상환이 조금씩이라도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대표가 된 "존 블런트"는 대표이사로 자리를 올린 후에 정부에 막대한 정치 로비를 벌여 사우스시의 주가를 올려놓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사우스시의 영업이익이 좋지도 못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어떤 사건으로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한다. 결국 존 블런트가 정치로비를 한 것이 드러나며 사우스시는 회생 불가능 상태로 추락하게 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잘 배우고 잘 먹고 살았던 존 블런트가 저지른 행위는 많은 영국 국민들의 재정상황을 악화시킴은 물론 파산지경에 이르게 할 정도로 불법행위였다.

존 블런트는 결국 막대한 배상책임을 가져야 했으나 그가 돈을 다른 곳에 쓰느라 영국 국민이 사우스시로 인해 입은 피해를 배상할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사실 존 블런트가 사우스시의 주가를 통해 돈을 벌려 하지 않았어도 사우스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을까? 국가의 채무를 일개 기업이 좌지우지 한다는 것 자체도 어불성설인 셈이다.


그레고어 맥그리거 [ 포이에스 정착 프로젝트로 부동산 사기를 벌이다 ]
19세기 영국의 군인이었던 그레고어 맥그리거. 그는 젊었을 적 영국 해군에 입대하여 싸우고 26살쯤 베네수엘라 정치인의 말에 감동 받아 베네수엘라에서 군인 생활을 했다. 이 정도면 그레고어 맥그리거는 전도 유망했던 인재였는데, 그가 포이에스 정착 프로젝트라는 부동산 사기를 칠 수 있도록 영감을 얻었던 베네수엘라 군인으로 재직당시 상관 한 사람으로부터 유령 국가를 만들 어 돈을 버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렇게 그레고어 맥그리거는 현지 원주민과 친해져 쓰지도 못할 땅과 원주민 왕의 칭호를 구입해서 영국에서 원주민 왕을 행세하면서 본격적으로 사기 행각에 돌입했다. 그가 부동산 사기를 벌이면서 존재하지 않는 포이에스 국가로 2차례나 사람들을 이주시키면서 그의 부동산 사기가 드러났으나 당시의 영국 국민은 그레고어 맥그리거가 포이에스로 이주하는 배에 같이 탔다면 자신들이 겪은 일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이처럼 사람의 신뢰를 이용한 사기는 무척 무서운 일인 것이다. 그레고어 맥그리거는 부동산 사기로 인해 영국에서 처벌을 받고 이후 자신이 군인 생활을 했던 베네수엘라에서 군인 연금을 받으면서 쓸쓸하게 노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레고어 맥그리거의 부동산 사기에는 당시 일종의 "아메키라 드림"에 부풀었던 서민도 많았는데, 그들을 철저하게 짓밟은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옹호한다는게 참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빅토르 루스티히 [ 정부기관을 사칭해서 에펠탑을 팔다 ]
사기꾼 역사상 루스티히 만큼 세계 사기꾼 반열에 오를 정도의 사람이 흔치 않을 것이다. 그는 체코의 한 도시의 시장의 아들로 탄생했는데 그의 부모가 유학을 보냈을때 일찍이 금융사기에 눈을 떴다. 결국 프랑스의 대표적 건축물인 "에펠탑"에 대한 신문기사를 보고 자신의 계획에 동조하는 파트너를 구해서 피해자들이 의심하지 못하도록 정부 기관이 아닌 호텔에서 피해자들을 만나고 당시 만연해 있던 부패 공무원을 흉내내어 한 고물상에게 거액을 사기칠 정도였다.

그는 이 일로 인하여 프랑스 정부에 쫓기고 나서 그 이후 다시 한번 에펠탑을 파는 시도를 했으나 그땐 피해자가 될뻔한 사람이 미리 알아차려 루스티히의 계획은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아들로 태어났으면서도 그 좋은 환경을 다 내팽개치고 금융 사기꾼으로 세상에 발을 디딘 루스티히가 이렇게 굵직한 사기를 칠 수 있도록 한데는 어떤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던 것일까? 그저 단순히 사람들을 속인다라는 재미를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찰스 폰지 [ 피라미드 사기를 창조하다 ]
2008~2009년 전세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버나드 메이도프의 사기. 그의 사기는 이른바 폰지 사기로 불리웠는데 이렇게 불리우게 된 것은 금융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은 찰스 폰지 덕분이다. 그만큼 찰스 폰지는 금융 사기에 신종 사기 수법을 개발했는데, 그도 처음부터 사기꾼은 아니었다. 처음엔 잘 해보려고 회사도 만들었으나 우연히 해외에 보낸 망하기 직전의 회사의 팜플렛을 보고 해외 회사에서 보낸 교환용 우편을 통해 금융 사기를 치게 된 것이다.

찰스 폰지의 사기 방법은 금융에 꽤 자신있는 금융가들 조차도 깜빡하고 넘어갈만큼 충분히 복잡했는데, 찰스 폰지가 고안해 낸 방법은 실제 수익을 낼 수는 있었으나 인건비를 감안한다면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찰스 폰지는 선 가입자에게 배당을 하기 위하여 후 가입자의 투자금을 선 가입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워나갔다. 결국 찰스 폰지의 이러한 사기 행각은 드러나게 되었고 그는 이후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그 이후 고향에서 자신의 자서전 출간을 미국의 한 출판사에 의뢰했으나 찰스 폰지가 자서전 제작 비용을 납부하지 않아 그의 자서전은 모두 폐기되었다. 하지만 단, 한권이 미국 도서관에 보존되었는데 보존된 이유는 자국내에서 출판된 것은 하나는 꼭 보존한다는 법 때문이었다.

찰스 폰지는 젊었을 적 아리따운 아가씨와 결혼도 했었는데, 그 아리따운 아가씨는 찰스 폰지 어머니의 편지에 적혀있던 폰지의 사기 행각을 알고 나서도 결혼했지만 폰지가 구속 당하고 고향으로 떠날때 그녀는 폰지를 따라가지 않았다.

사실 폰지가 피라미드 사기의 창시자이긴 하지만 그도 말년은 잘 살아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던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그 말년 조차도 폰지에겐 사치였던지 그에게 악 영향을 미쳤던 일이 더 많았다.

이쯤되니 본 독자도 찰스 폰지가 애처로워보이긴 했지만, 그가 저지른 금융 사기만큼은 벌을 받아 마땅했다. 


이바르 크뤼예르 [ 스웨덴 최고의 기업가에서 범죄자로 전락하다 ]
세계 성냥업계 제왕이었던 이바르 크뤼예르. 그는 어렸을 적부터 명석한 두뇌를 자랑했고, 수학, 사격, 경영 등의 모든 면에서 당시 시대를 앞질러 나갔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주가가 무너지던 날.. 그가 끝까지 정체를 밝히지 않았던 이탈리아 재무부 증권은 단, 1장을 빼고 위조된 증권으로 밝혀졌고 그로 인해 그는 범죄자로 전락하게 되었다.

크뤼예르의 최후는 자살로 마감되었지만, 그가 자국의 은행과 미국의 투자은행에서 가져다 쓴 돈 덕분에 당시의 유명했던 한 미국 투자은행은 크뤼예르 덕분에 사망신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크뤼예르가 어떤 마음으로 이탈리아 재무부 증권을 위조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유독 뛰어난 리더십과 경영 능력을 가졌던 크뤼예르가 올바른 길로 가지 못하고 금융 사기에 끼어들게 된건 그도 결국 돈 앞에 휘둘렸던 것은 아닐까..


버나드 콘펠드 [ 미국 뮤추얼펀드의 역사를 새로 쓰다 ]
버나드 콘펠드 역시 폰지처럼 기업을 만들어 금융 사업을 했으나 사실 그의 첫번째 직업은 사회복지사였다. 하지만 그가 사회복지사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지 못하고 있을 때 그의 친구가 뮤추얼 펀드를 소개했고, 그는 일종의 사회 복지주의 성격을 가지고 있던 것처럼 보였던 뮤추얼 펀드를 이용해 '국제 해외 투자'라는 회사를 만들어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1970년 유동성 위기를 맞아 그의 사업체는 파산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그는 사업체 파산과 함께 사기 혐의를 받아 11개월간 복역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금융사기를 저지른것은 비판과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사업체를 살리고자 동분서주 하고 있을때 기업 사냥꾼이었던 "로버트 베스코"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거다.

사기꾼이 사기꾼에게 당한 최초의 케이스가 아닐까?


로버트 베스코 [ 적대적 인수합병과 도주의 귀재. 기업을 사냥하다 ]
로버트 베스코는 20세기의 유명한 기업 사냥꾼이다. 그는 30세에 부호에 이를정도로 능력이 뛰어났으나 그가 저지른 사기로 번 돈을 대통령 선거 비용에 기부해 논란이 일어난적도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것처럼 버나드 콘펠드의 기업을 등쳐먹었을 정도로 그는 사기 행각이 뛰어난 인물중 하나다.

그의 말년은 쿠바로 망명해 살고 있었으나 쿠바 정부가 그를 받아준 것은 그의 능력을 높이 사되 자국에서 사기 치지 않는 조건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미국에서 알게된 대통령의 친척이 쿠바에 사업 관련일로 그는 다시 쿠바에서의 사기에 돌입하게 된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그는 쿠바에서도 쫓기게 되는 신세에 처하게 됐다.

로버트 베스코의 사기 대상은 주로 일반인들 보다 기업 위주에 사기를 쳤는데 그가 저지른 사기 행각만으로도 수 많은 기업이 파산의 길을 걷고 기업에 근무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앗아갔지만, 그가 법적 처벌을 별로 받지 않을 것을 보면 금융 사기는 여전히 법의 테두리 바깥에 있는 것은 아닐까?


케네스 레이 [ 미국 역사상 최대의 파산 규모를 기록한 엔론 사태를 일으키다 ]
케네스 레이가 이끌던 전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기업이었던 "엔론". 케네스 레이가 이끌던 "엔론"은 인수 합병 등을 통해 성장했고 한참 전성기때는 세계 천연가스 사업의 20% 점유율을 가지고 그의 사업체는 전세계에 2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을 정도로 엄청 큰 회사였다.

그러나 그의 사업체는 조세 피난처에 서류 회사를 만들어 놓고 그곳을 통해 자금을 세탁하며 투명한 경영을 하지 않았다. 엔론의 경영진조차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았고 결국 주식시장이 망가지던 날. 엔론도 결국 파산의 길을 걸었다.

엔론이 망가지면서 미국에 남긴 법이 있다. "사베인스-옥슬리 법"이라는 것인데, 엔론 파산은 현재까지도 미국에 남겨진 최대의 금융 사기이면서 많은 사람들을 거리에 나앉게 했던 최대의 기업 사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케네스 레이가 2만명의 생활을 터전을 빼앗았으니 그도 그만큼의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나 전혀 그렇지 못했다. 책을 보면서 유독 레이에게 분노가 치밀었던 것은 그가 앗아간 2만명의 사람들의 분노가 내게도 투영되었던 것이다.


한누 카일라야르비 [ 북유럽 최대의 피라미드 사기 ]
찰스 폰지 이후로 폰지 사기를 쳤던 한누 카일라야르비. 그는 핀란드를 중심으로 한 사기 행각을 쳤으며 그 유형은 북유럽 전체에 걸쳐 광범위했다.

전세계 폰지 사기에 이름을 너무 강렬하게 새겨넣었던 버나드 메이도프 못지 않게 한누 카일라야르비 역시 북유럽에 있어 많은 가정을 직간접적으로 파산으로 이끌었던 인물이다.

모든 금융 사기꾼들이 죄책감을 잘 느끼지 못하듯 한누 카일라야르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윈캐피타 사건은 핀란드 당국이 오랫동안 조사를 할 정도로 규모가 컸던 사기 행각이었다. 조사만 몇년에 걸쳐 이제서야 관련 인물들을 고소하기 시작했다.

한누 카일라야르비는 알고 있었을까? 자신이 벌인 피라미드 사기에 걸려든 사람들의 마음을..


버나드 메이도프 [ 전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치다 ]
버나드만큼 찰스 폰지를 오랫동안 들키지 않으면서 자기 잇속을 챙겼던 금융범죄인은 없을 거다. <눈먼 자들의 경제>에서도 한 챕터에 이를 정도로 그에 대한 분석이 상세했는데, 그렇게 다룰 정도로 본 도서도 버나드 메이도프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는건 버나드가 전에 유례없던 사람들의 신뢰 관계를 아주 철저하게 이용하고 철저하게 배신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아내인 루스는 검찰로부터 동업자이지만 공범은 아니다라는 말로 그녀를 사면시켜줬으나 버나드에게 속아 전재산을 투자한 이들 중 일부는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생을 마감하지 못하고 어거지로 살고 있기도 하다.

미정부 입장에선 여전히 버나드의 자산을 추척하여 버나드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돈을 돌려주고는 있으나 그동안 버나드로 인해 돈을 벌었던 사람들 조차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기에 그렇게 간단히 돈을 회수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버나드 메이도프는 폰지 사기를 발생시키지 않았어도 충분히 성공할만한 자리에 있었는데 돈이 그렇게 욕심 났을까?

끝으로 사람과의 신뢰관계를 이용했던 금융 사기꾼들로부터 사기를 당했던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금융 사기는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건..

말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지언정, 일확천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신이 로또에 당첨되어도 로또는 말 그대로 로또일 뿐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벌지 않은 돈이 어떻게 당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줄것인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도 사람들은 "이젠 다르다"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장시간에 걸쳐 책을 보았던 만큼 유독 금융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키울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 되었다. 동기와 이유가 무엇이든 금융 사기만큼은 동참하지도, 이해하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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