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상에서도 이런 모습은 1970년대부터 2010년 대까지 다채로운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남녀간의 이야기를 묵직한 톤으로 표현한 영화들이 많았다면 90년대 후반부터는 상업성을 강조한 영화들과 2000년대 초반부터는 관객들이 함께 웃고 울고 즐기는 영화들이 많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가 단순히 웃고 울고 즐기는 내용만 들어가 있을까? 한빛비즈에서 출간된 '경제학자의 영화관'은 저자 박병률이 영화에서 발견한 경제학 원리를 영화속의 장면과 함께 풀이해서 독자에게 안내한다.
저자 서문에서 저자는 '장발장'의 이야기를 영화로 표현한 '레미라제블'를 들어 '장발장'이 살았던 19세기 경제상황과 경제학 원리인 '확증편향'를 시작으로 당시의 지니계수가 높아서 발생한 '블랙스완'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단순히 우리는 영화 '레미라제블'의 '장발장'을 보면서 그가 살았던 생애를 추측하고 그의 상황에 가슴 아파하고 울기도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경제학적 프레임을 적용해서 보면 영화의 스토리 외에 경제학적 원리가 나타나게 된다.
물론 영화를 경제학적 프레임으로 보기 때문에 경제학 원리가 보이는 것이겠지만 사실 사회학적 프레임으로 영화를 본다면 사회학적 원리가 보일수 도 있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추측을 해본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은 50년을 전후로 해서 "진정한 사랑이 유통기한이 있나요?" 란 질문을 던지고 첫 사랑을 찾아나서는 클레어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영화 속의 클레어는 부모님의 반대로 첫 사랑 상대인 "로렌조"를 떠나야 했고 50년이 지난 다음에야 74명의 "로렌조"를 찾아나서고 클레어는 로렌조를 만나게 된다.
저자는 첫사랑에 있어 "한계효용"이란 경제학 용어를 이끌어 낸다. 한계효용은 마음속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거듭할 수록 그 비용이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이 줄어들면 그것을 중단하라고 말하지만 사람의 "첫 사랑"은 경제학처럼 이성적이지 않다.
그래서 영화 속 클레어는 손자 찰리에게 "Don't wait 50 years like I did. Go! Go! Go!" 라고 말하며 찰리에게 사랑을 찾으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에게 첫 사랑은 한계효용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좋은 기억만 남는다. 결국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사랑은 경제학적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감정만이 된다.
저자는 영화들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경제학 원리와 현상를 풀어낸다.
타이타닉 : 가격차별(1차, 2차, 3차)과 셔먼법
부러진 화살 : 세테리스 파리부스(모든 현상은 변수가 개입되지 않을때 설명 가능하다)
시라노 연애조작단 : 비교우위를 통한 선택과 집중
범죄와의 전쟁 : 승수효과(경제효과가 몇배나 발생했는지 계산한 것)
별을 쫓는 아이 : 공유지의 비극과 사유지의 비극(이 문제는 공동관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블랙 스완 : 발생할 수 없는 0.1%의 현상(19세기 프랑스 혁명 블랙 스완 현상을 톡톡히 설명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내 이름은 칸 : 확증편향(아무리 봐도 내 말이 옳다는 심리)
퍼펙트 게임 : 밴드왜건효과와 스놉효과
만추 : 파노블리효과와 베블런효과
은교 : 넛지효과
의뢰인 : 콩도르세의 역설
페이스메이커 : 차선의 이론, 빠른 2등
마당을 나온 암탉 : 자본주의
완득이 : 자본론
푸른 소금 : 화폐제도
아티스트 : 금융거품
인사이드 잡 : 도적적 해이와 부자감세
월스트리트 : 주가 조작을 통한 적대적 인수
헤어드레서 : 기업가정신
광해, 왕이 된 남자 : 조세평등주의, 로빈후드효과
화차 : 복리의 저주와 사채
제인 에어 : 보험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 저작권과 특허
도가니 : 내부고발자와 전관예우, 리니언시 제도
대부 : 지하경제의 단면과 리스크 관리
방가? 방가! : 이주노동자
내 아내의 모든 것 : 엥겔지수
세 얼간이 : 행복의 역설
이프 온리 : 손실회피성향과 프레이밍 효과
세상의 모든 계절 : GDP의 오류
호우시절 : 신호보내기
코파카바나 : 통계의 오류
남극일기 : 경제 지수와 V-코스피지수
저자는 35개의 영화를 통해 다양한 경제학 원리와 현상을 스토리와 주인공의 심리, 영화속 현상을 가지고 이야기 한다.
영화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영화 속 경제 이야기는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는 너무나 생생한 이야기가 많다. 2013년 8월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자본주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그 문제점을 내보인다.
영화속에서만 경제를 찾아볼일은 아니겠지만 웃고 울고 즐긴 다음엔 영화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볼 차례다.
마지막으로 저자 서문에서 두보의 말을 통해 저자는 독자에게 바라는 책의 마음을 전한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호우지시절)'
본 리뷰는 '한빛비즈'의 '비즈리더스 3기' 활동을 통해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