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고등학생의 수학능력시험이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개개인의 능력을 어떻게 시험 하나로 평가할 수 있을까?
같은 면에서 돈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돈의 많고 적음을 부자인지 아닌지 평가할 수 있을까?
한빛비즈의 "경제습관을 상속하라"는 알면 유익하고 모르면 그대로 흘릴 수 있는 경제 습관을 일깨워준다.
여느 책의 저자와 달리 이 책의 저자는 "금융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머니코치"인데 책 전반에 걸쳐서 부모가 알아야 할 경제 습관과 내 아이에게 경제습관을 상속하는 법에 대해 상세히 다룬다.
최근들어 전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이루어지고 있고 과거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부를 쌓을 수 없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그렇다 보니 가정의 경제도 저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정의 가장이 실직이라도 하는 경우 가정 경제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저자가 밝히다싶이 저자 세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자녀가 어렸을 때는 남부럽지 않게 키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자녀를 키운다.
필자 역시도 부모님이 애지중지 하면서 필요하다 싶은 교육을 받고 자랐고 용돈을 받지 못했지만 어찌되었든 자녀로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이러한 시각은 지난 반세기의 한국사회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제대로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베이비부머로부터 유전된 사회적 영향이 아닐까?
저자는 본인의 금융회사 경력을 밑바탕 삼아 이렇게 말한다.
"금융회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무조건 구매할 것이 아니라 금융에 대한 혜안이 있어야 한다"
"아이를 금융회사가 주최하는 금융교실에 보내지 마라"
필자 역시 이런 저자의 의견에 동조한다. 첫번째로 금융에 대한 혜안 없이 금융 상품에 가입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낭패를 보는 것이 본인에 한하면 좋겠지만 진짜 문제는 본인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영향이 간다는 거다. 본 도서의 내용이 아이에게 경제 습관을 상속하는 것이니만큼 아이에게 금융상품을 잘 고르기 위한 혜안보단 무조건 적인 금융상품 선택을 상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를 금융회사에 주최하는 금융교실에 보내는 것은 정말 주의해야 한다. 한국사회는 예로부터 전문가를 우대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그러나 전문가도 우리가 전문가가 하는 일만큼의 기초라도 알아야 전문가를 알아보는 거지, 무조건적인 전문가 선택은 곤란하다. 그러니 아이를 금융교실에 보내봐야 아이들은 해당 회사에 대해 배우고 오는 것이지 금융에 대해서 배우고 오는건 아니다.
내가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가장 큰 가르침
저자는 아이에게 상속해야 할 8가지 습관을 저자 자신의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여기서 말하는 8가지 습관인, "협상과 계약", "금융도 상품", "성공한 사람은 본연의 일로 성공한다", "투자의 3원칙", "인생은 돈 계획과 함께 한다", "좋은 빚은 없다", "보험은 위험에 대한 비용이다", "아이의 노후보다는 꿈과 미래가 먼저다"
이 중에서 무엇하나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습관이지만 무엇보다 나는 "성공한 사람은 본연의 일로 성공한다", "인생은 돈 계획과 함께 한다", "보험은 위험에 대한 비용이다" 이 3가지를 가장 강조하고 싶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성공의 척도로 돈을 뽑는다. 그런데 돈을 많이 번 사람 중에 돈으로 돈을 번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가치 투자자로 알려진 워런 버핏이나, 애플 CEO로 있었던 스티브 잡스나 워즈니악, 빌게이츠는 자신의 일로 성공해 큰 돈을 번 사람들이다.
왜 우리는 성공의 기준으로 돈을 뽑을까? 개인적으로 이러한 배경에는 인생에 있어서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돈이기 때문인건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돈이 얼마나 필요할지 계획하라. 우리는 돈 돈 하면서도 돈을 치부로 삼는 과오 아닌 과오를 저지르고 살아왔다. 적어도 독자에게만큼은 돈이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치부였고 돈 이야기를 하는 것 조차가 하기 싫었다.
하지만 돈이 인생에서 완충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돈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완충장치이며 안전 장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보험은 위험에 대한 비용이라는 시각이다. tv를 보다보면 연일 매시간도 아니고 30분마다 꼬박하는 방영되는 광고가 있다. 그 광고의 이름은 "보험"이다. 정말로 보험이 모든 위험을 보상해주고 재테크가 되는 것일까?
적어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로 말할 수 있다. 왜냐면 보험은 재테크 수단이 아닌 단지 가입자의 위험을 보상해주고 다행이 아무일 없다면 가입자에게 그 혜택이 돌아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아무리 보험을 든다 한들 시간이 흘러 변한 시장금리나 화폐 가치에 맞춰서 보험 금액이 오를 것 같은가? 혹여라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 버리는게 제일 좋다. 저자의 과거경험을 보아도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보험을 가입하지 말란 것은 아니고 무분별한 보험 상품 대신 정기 보험 등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용돈 내역을 기입하는 것과 지출을 관리하는 것은 다르다.
필자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어렸을때부터 용돈을 받아보지 못했고 친구들을 통해 알게된 용돈이란 존재도 중학교 2학년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친구들도 그 시기 용돈을 처음 받게 된 것 같았고 딱히 용돈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찌보면 학교 생활에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 중 하나였지만 학교와 집에서 놓고 보면 나에겐 그다지 용돈이란 녀석이 좋거나 싫은 녀석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 용돈이란 녀석의 사용처를 기록으로 남긴다? 분명 이와 같은 행동은 돈이 어느 부분에 많이 쓰였는지 추적할 수 있지만, 돈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기는 어렵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용돈 기입장의 역할이란 그저 늘어난 할 일에 불과할 뿐이다. 직장인에게도 매일 성과가 발생하는 일도 아닌데, 업무보고를 쓰라면 그저 귀찮은 일에 불과하게 된다.
성인이 쓰는 가계부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지인중에는 어머니의 강력한 권유로 통장으로 돈 관리를 하는 지인이 있다. 필자도 책에 있는 내용을 읽고 나서야 지인의 행동이 마침내 눈에 익혀왔고 지인이 하던 행동이 효율적인 돈 관리였다고 알게 되니 어찌나 부끄럽던지 필자도 그렇게 해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아이에게 용돈과 용돈 기입장을 주면서 용돈 기입장을 매일 기록하라고 시키는 것은 아이에게 일을 늘려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모가 꼭 부자이지 않아도 부모가 먼저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필자가 성인이 되서 여태까지 고생하면서도 깨치기 힘들었고 아직도 깨치기 힘든것은 돈에 대한 태도다. 이같은 이유로 돈에 대한 태도는 부모 부터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돈은 자산, 빚, 지출흐름으로 나누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자산보다 빚이 많고 지출 흐름이 파악되지 않는다면 이는 현재의 자산 현황을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가 소비를 통제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준다면 이는 무척 훌륭한 교육 방법이 된다. 소비를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올바른 경제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니 부모의 경제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태도를 상속해야 한다.
"거 참 아이를 앞에 두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한국사회에선 이같은 말을 많이 들어볼 수 있다. 왜 일까? 아이는 아직 순수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에서는 이젠 아이도 세속적이 되어버린 탓에 꼬마들이나 믿게 되었지만, "장마"라는 단편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아이의 눈에는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설령 이해하게 되더라도 아이는 성인의 태도와 습관을 상속하게 된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은 부모이기 때문에 부모부터 올바른 경제 태도와 습관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눔과 기부를 모르는 아이는 졸부로 자란다"
필자에게는 "나눔과 기부"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본 된 계기가 헌혈을 통해서였다. 조혈모세포 기증이나 조직 기증과 달리 헌혈은 쉽게 실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얼마 되지 않는 피의 양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헌혈이 가진 매력이 아니었을지...
그 덕분에 나는 그 이후 작은 용기를 내어 조혈모세포와 조직 기증 신청을 했다. 이런 작은 용기가 누군가에게 기부가 아닌 나눔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사실 경제학적으로 헌혈이 나눔에 속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눔이란 큰 의미에서 본다면 헌혈도 속하지 않을까?
내가 부모라면...
아직 필자는 부모는 아니다. 멀지 않을때 부모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겠지만 적어도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아이에게 올바른 경제습관을 상속하기"란 화두에서 생각해보면 나는 부모가 되기 이전에 이 책을 통해 부모로서 가져야 할 경제 지식의 선결 조건을 학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필요하면 인터넷을 통해 정말 자세하게 배울 수 있는 시대에 와 있지만 정작 우리의 소유와 소비는 변하지 않았단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 스스로 경제에 대한 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아이에게 물려줄 것은 과욕 뿐이다. <욕망해도 괜찮아>의 저자 김두식 교수도 욕망은 건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경제에 있어, 특히 돈에 있어 욕망은 인간의 파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
올바른 경제생활의 시작이야 말로 저자와 독자와 내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데 유리한 지표가 될 것이다.